지금까지도 회의방식의 변화에 대한 여러 접근이 있었다. 회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 규칙, 회의 준비-진행-마무리 단계별 주의해야 할 사항, 회의 진행자의 중요성 등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들을 시도해봤지만 얼마쯤 진행하다 흐지부지해지거나 예전의 방법으로 돌아갔다. 회의방식의 변화를 시도한 기업들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생산적인 회의진행법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마이클 도일(Michael Doyle)과 데이비드 스트라우스(David Straus)의 인터랙션회의(Interaction Method Meeting)를 중심으로 생산적인 회의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미국의 미팅 퍼실리테이터 전문가인 도일과 스트라우스는 공저에서 성공하는 회의를 만드는 기준은 ‘결과와 프로세스’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회의 결과란 ‘기대한 대로의 결과인가, 문제는 해결됐는가, 참신한 방책을 이끌어냈는가’를 의미한다. 회의에서 결과는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의 목표달성 능력에 큰 영향을 준다. 두 번째 기준인 과정은 ‘회의가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의미한다. 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이끌어낼 것인가, 모두가 하나가 돼 생각했는가, 골고루 발언 기회를 얻었는가, 회의 참석이 즐거웠는가 등 진행 과정을 의미한다.
먼저 생산적인 회의가 되기 위해서는 회의 결과를 만드는 씨앗인 의제(Agenda)가 잘 정립돼 있어야 한다. 또한 논의할 만한 주제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회의를 하기도 전에 결론이 난 의제, 회의를 해도 답이 없는 의제는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의제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전에 준비할 가치가 있는 의제는 추상적 명사형이 아닌 구체적 질문형으로 만들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저성장기 ○○○ 제품 매출 개선 방안’이 아니라 ‘○○○ 제품의 매출액을 20%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처럼 구체적 목표와 방법을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은 사람들의 생각의 문을 열게 한다. ‘매출액 개선방안’이라고 하면 머릿속에선 익숙한 예전의 방식들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질문형 의제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기존 방식 이외에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질문형 의제는 생각의 뇌를 작동시켜 회의 진행 과정에서 논의와 결정을 풍부하게 한다. 질문형 의제는 논의 과정(Process)을 거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도식화 하면 <그림 1>과 같다. 도일과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회의에서 과정(Process)이란 ‘어떻게(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가 하는 것’이고, 콘텐츠(Contents)란 ‘문제나 해결책으로 그 작업을 하는 대상’이다. 즉 회의를 준비하고, 리스트를 작성하고 분석하고 해결하는 활동은 모두 프로세스(Process)이다. 여기서 나오는 의제, 리스트, 평가결과, 해결안 등이 바로 콘텐츠(Contents)다.
알맹이 있는 회의는 먼저 회의가 얻고자 하는 결과(Contents)와 과정(Process)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에서 유의미한 결과와 과정을 만드는 핵심 요인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유의미한 결과(Contents)는 누가 만들까? 바로 리더와 참가자다. 그런데 우리 회의 풍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참가자들이 리더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의 회의 문제점에서도 지적했던 사항이다. 리더의 결정에 앞서 회의에 참가한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결정이 리더가 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참가자들은 지시나 받고 이를 수행만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 결과를 만드는 1차적 책임은 참가자에게 있고 최종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알맹이 있는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의 전문성과 문제해결력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 또한 해결안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도 없다. 이쯤에서 자기 조직의 회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정말 그 문제의 전문가인가? 단위 조직의 장이라는 이유로 내용과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는가? 또한 현장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가?
알맹이 있는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회의 의제에 대해 알맹이 있는 말을 하고 결정할 수 있는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 또한 알맹이에 대해 공감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과정(Process)상의 요인은 무엇일까? 회의는 준비단계를 거쳐 진행단계에서 보고나 토론과 결정을 하고, 사후관리 단계에서 결정된 사안을 실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회의 과정도 Plan-Do-See의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바쁜 업무상황 속에서 이 3단계를 제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체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회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사람은 리더로부터 회의 진행을 위임받은 회의 진행자(Facilitator)다. 만약 회의 진행자가 선임되지 않았다면 리더가 한다. 단위 조직을 총괄하는 리더가 회의 준비까지 다 챙길 수가 없다. 리더가 진행하는 회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회의 진행자가 선임돼 있다고 해도 회의 준비-진행-실행의 과정이 부실했다면 진행자가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우리 회의 현실을 보면 누가 진행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회의에서 진행자는 순서를 안내하는 안내자에 가깝다. 나머지는 리더(최상위자)가 진행하고 답을 제시한다. 원래 리더는 회의 토론 안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회의를 주재하고, 지시하고, 질책하고 교육까지 한다. 그러니 회의에서 리더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의미한 토론과 결과를 만들 수가 없다. 회의 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회의 결과도 만족스러울 수 없다. 결국 리더가 회의 의제에 대한 대안을 지시하고, 참가자들은 수동적 실행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회의 참가자들이 회의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인식하게 된다.
회의에서 유능한 진행자(Facilitator)만 있어도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회의 진행자와 리더 역할의 차이는 결정은 리더가 하지만 회의진행의 책임은 진행자에게 있다. 진행자는 리더로부터 회의 진행의 권한을 위임 받아 회의를 진행한다. 그 이유는 리더가 진행할 경우 구성원들이 제대로 의견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지 못하고 편향적인 논의로 흐르기 쉽다. 끝으로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고 리더의 생각대로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알맹이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진행자가 꼭 필요하다.